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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 - 과거를 그리는 서사시, 조대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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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 - 과거를 그리는 서사시


                                                        조대호 저, 그린비, 2021년 9월 10일 출간




책소개

호메로스는 어떻게 ‘전체 그리스의 교사’가 되었는가?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는 획일적인 고전 읽기에서 탈피하여 문명의 창시자 호메로스를 밝혀내려는 시도를 하는 동시에, 호메로스와 『일리아스』에 대한 하나의 완결된 상을 일반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책이다.

호메로스 서사시의 핵심이 되는 영웅주의, 올륌포스 신들에 대한 신앙, 죽음과 저승세계에 대한 상상뿐만 아니라, ‘호메로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무엇이고 오랜 구술 서사시 전통으로부터 『일리아스』가 어떻게 출현했는지,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서사의 맥락에서 이 작품의 고유한 점이 무엇인지 폭넓게 다룬다.

또한 이 책은 『일리아스』와 『국가』의 비교를 통해,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플라톤의 철학을 함께 조명하는 기획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이 기획을 통해 독자들은 기억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진 20세기 중반 이래 인문학적 담론의 지평을 살피고 인문학의 역사적, 서사적 사유와 과학 기술의 비역사적, 보편적 사유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자소개:  조대호  (지은이)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국서양고전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서양 고전학과 철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훔볼트 재단의 지원으로 마인츠대학교 연구 교수를 거쳐,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원장과 서양고전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문학을 강의하며 윤리학, 기억 이론, 행동 이론, 동물행동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문학과 생물학 전공 교수들과 함께 진행한 연세대학교 명강의 <위대한 유산>을 책으로 엮어 출간했고,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아리스토텔레스를 소개했다. 현재 동아일보에 <신화의 땅에서 만난 그리스 사상>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위대한 유산』,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있으며, 역서로 『고대사회와 최초의 철학자들』, 『형이상학』, 『파이드로스』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9
I. 『일리아스』와 ‘호메로스’ 21
‘일리오스의 이야기’ 21 | 무사와 므네모쉬네 26 | 서사시의 기억 34 | 구술 서사시의 기술 44 | ‘호메로스’와 그의 고향 54

도표: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보는 『일리아스』 66

II. 『일리아스』의 이야기 69
1권: ‘아킬레우스의 분노’ 69 | 1~24권: 그리스 군대의 위기, 아킬레우스의 출전, 헥토르의 장례 75 | 트로이아 전쟁의 다른 이야기들 87 | 한 가지 추리 문제 93 | ‘호메로스 문제’: 또 다른 추리 문제 97

덧말: 『일리아스』의 트로이아 전쟁, 역사인가 상상인가? 117

III. 영웅들과 여인들 137
반신(半神)의 영웅들 137 | 영웅의 에토스 140 | 영웅의 실수 154 | 영웅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연민 162 | 돌고 도는 여인들 166 | 트로이아의 여인들 173 | 여인들과 여신들 183
IV. 올륌포스의 신들 193
‘제우스의 뜻’ 193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97 | 변신하는 신들 209 | 선악의 저편에서 215 | 신들의 희극 221 | ‘문학적 장치’인가 ‘불멸의 귀족 사회’인가? 230 | 호메로스의 신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237

V. 죽음과 하데스 245
죽음과 프쉬케 245 | 하데스의 프쉬케 257 | 하데스와 ‘축복받은 자들의 섬’ 267

VI. 호메로스의 상상, 그리스 문명을 낳다 275
판아테나이아 축제와 『일리아스』의 공연 275 | 호메로스, 전체 그리스를 가르치다 285 | 서사시의 기억과 상상 292 | 상상이 낳은 그리스 문명 301 | 상상 세계의 어두운 그림자 308

에필로그 317
참고문헌 325
찾아보기 333



책속에서

P. 13  플라톤의 눈에는 호메로스가 가르친 거의 모든 것이 시빗거리였다. 호메로스는 그리스인들에게 사람의 모습을 한 신들에 대해 가르쳤고,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영웅들을 내세웠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이 명예를 추구하는 이유는 명예를 얻는 것이 불사의 존재가 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웅들에게도 죽음 자체는 결코 바랄 만한 것이 아닌데, 죽은 자는 모두 허깨비들의 지하세계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렇게 비관적으로 그린 것도 바로 호메로스였다. 플라톤은 이 모든 가르침을 지우려 한다. 화판을 지우듯이 깨끗하게. 사람 같은 신들은 사람처럼 부도덕해서 도덕적인 삶의 길잡이가 될 수 없다. 명예를 추구하는 영웅들은 인정욕구와 경쟁심에 사로잡혀 다툼을 벌이면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외면한다. 그들이 가진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불멸성에 대한 헛된 꿈을 낳고 죽음에 맞서는 용기를 빼앗는다. 플라톤의 『국가』, 아니 플라톤 철학 전체가 호메로스의 가르침에 맞서 새로운 가르침을 모색하는, ‘호메로스에 대한 긴 반론’이었다. 

P. 17  삶의 지향과 세계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는 언제나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놓여 있다. 그런데 기계화와 속도, 신도시를 열망하는 미래주의가 ‘선언’에서 ‘현실’로 바뀐 우리의 시대에는 기억을 둘러싼 모든 인문학적 논의가 ‘반시대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 물론 호메로스와 플라톤을 비교하려는 나의 계획은 더욱더 ‘반시대적’이다. 수천 년 전의 논쟁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니까. 나는 이 ‘반시대적 고찰’을 통해 호메로스와 플라톤을 상호 조명하고, 그 둘의 대립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기억에 대한 현대의 ‘반시대적 고찰’을 더 먼 곳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고전 연구자인 내게 이런 뒷걸음질은 만능을 자부하는 과학과 기술이 도달할 수 없는 삶과 의식의 깊은 진리를 드러내고 공동체의 삶에 필요한 기억과 상상을 찾아 가는 작업의 하나다.

P. 295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그리스 세계를 하나로 묶어 준 이런 문화적 연대 의식에 통일성과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리스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수많은 도시국가의 다양한 제도적 유산과 변화무쌍한 그리스 언어권의 세계를 문명과 문화적 정체성의 통일된 서술로 통합해 냈다”. 이것은 호메로스가 그리스 민족의 과거를 상상 속에 재현함으로써 이뤄 낸 일이었다. 호메로스 이후에 비로소 그리스인들이 ‘헬레네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리아스』는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공동체로 묶이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P. 300  나지(G. Nagy)가 올바로 지적했듯이, “고대 그리스와 같은 전통 사회에서 신을 정의한다는 생각은 곧 사회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리스인들에게 호메로스의 신들은, 신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올륌포스 신들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척도이자, 외부의 자연현상이나 인간 내면의 감정, 생각,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좌표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올륌포스 신앙은 그리스인들에게 삶의 나침반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적 사건이나 인간의 행동이나 그 어느 것도 신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인격화된 신들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신앙은 그런 점에서 서사시의 세계를 벗어난 그리스 문명의 모든 영역에서 표현되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서사시로 그리스 문명을 일으킨
신 같은 시인 호메로스를 만나다

호메로스와 『일리아스』는 어떻게
서양 지성의 시원이 되었을까?


중세의 도시 중심부에 성당이 자리 잡고 있듯이, 그리스의 여러 도시에도 신전이 들어섰다. 웅장한 석조 신전들과 신상을 세운 것은 건축과 조각의 기술이었지만, 돌덩이에 영혼을 불어넣은 것은 호메로스였다. 건축, 조각, 회화 등 그리스 문명을 대표하는 어떤 분야도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리스 건축을 대표하는 신전은 호메로스가 그려 낸 올륌포스였고, 정교하게 조각된 신상들은 호메로스가 만들어 낸 신들이었으며, 각종 도기에 그려진 그림은 형체와 색깔을 입은 호메로스의 시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양의 지적 전통을 형성하는 데 호메로스가 미친 영향이 무엇이고, 그의 작품들에 담긴 인간과 세계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그것들이 그리스 문명의 형성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상상 세계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뜻을 가질 수 있는지, 이런 물음들에 대해 아직 주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지난 20년 동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들에 대한 번역이나 연구를 통해 그리스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그리스 비극이나 역사 서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서양의 오랜 연구 전통에 비하면 우리의 고전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특히 호메로스 연구가 그렇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번역들, 두 작품의 내용을 풀어 소개하는 책들, 일반 대중을 위한 번역서들이 우리가 가진 지적 자산의 전부일 뿐, 호메로스에 대한 우리말 연구서는 아직 한 권도 없는 실정이다.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는 획일적인 고전 읽기에서 탈피하여 문명의 창시자 호메로스를 밝혀내려는 시도를 하며 호메로스와 『일리아스』에 대한 하나의 완결된 상을 일반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책이다. 호메로스 서사시의 핵심이 되는 영웅주의(3장), 올륌포스 신들에 대한 신앙(4장), 죽음과 저승세계에 대한 상상(5장) 등이 본문의 중심 부분이지만, 그에 앞서 눈먼 시인 ‘호메로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무엇이고 오랜 구술 서사시 전통으로부터 『일리아스』가 어떻게 출현했으며(1장),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서사의 맥락에서 볼 때 이 작품의 고유한 점이 무엇인지(2장), 『일리아스』가 후대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6장) 함께 다룬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호메로스’가 누구이고, 『일리아스』가 어떻게 생겨나서 무슨 이야기를 펼치며, 이를 통해 호메로스가 어떻게 “전체 그리스의 교사”가 될 수 있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호메로스 vs 플라톤
기억 투쟁의 관점으로 보는 “완전한 적대 관계”


전체 그리스의 교사로 추앙받는 시인 호메로스이지만, 철학자 플라톤에게 호메로스는 자신이 만든 이상 국가에서 가장 먼저 추방해야 할 대상이었다. 니체는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대립 관계를 누구보다 정확히 짚어 내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완전하고 진정한 적대 관계이다.” 서양고전철학 전문가 조대호 교수는 이 대립의 배후에 과거와 기억의 의미에 대한 시인과 철학자의 상반된 태도가 있음을 지적하며,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는 ‘서사적 기억’과 ‘철학적 기억’ 사이의 대립, 즉 기억 투쟁의 결정이라고 말한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숨겨져 있는 것의 개시, 즉 망각의 탈피를 진리로 여겼다. 뮈케네 문명이 파괴된 후, 새로운 지역에 여러 도시국가를 형성하고 살았던 그들에게 ‘전체 그리스가 함께했던 기원전 1200년의 전쟁’을 상상 속에서 재현해 낸 『일리아스』는 곧 진리였다. 서사적 상상 속에서 소환한 과거의 기억, 즉 ‘서사시의 기억’으로 그리스인들에게 민족적 정체성의 기반을 제공한 호메로스가 전체 그리스의 교사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플라톤도 그리스인 특유의 진리 개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플라톤은 기억에 대해 말하면서도, 기억 아닌 것을 ‘기억’으로 만드는 놀라운 마술을 발휘한다. 그가 말하는 ‘기억’은 구체적 장소와 역사적 시간을 벗어난 법칙 세계에 대한 보편적 앎이 된다. 이 법칙의 세계는 우리의 현실에 앞서 있다는 뜻에서 ‘과거’이지만, 이 과거는 서사적 상상과 기억 속의 역사적 과거가 아니라 철학적 상상과 기억 속의 초월적이고 선험적인 과거이고, 플라톤은 이 과거 세계에 대한 기억으로 서사시의 기억을 대체하려고 했다.
우리는 상호 조명을 통해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호메로스와 플라톤을 대립 관계로 풀어놓는 이유다. 철학은 현실의 이면을 밝혀 주고, 서사시는 당시의 현실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 책은 『일리아스』와 『국가』를 비교하며,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플라톤의 철학을 함께 조명해 보려는 기획의 시작이다. 특히 ‘기억 투쟁’의 관점에서 이루어질 이 작업은 기억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진 20세기 중반 이래 인문학적 담론의 지평을 넓히고, 인문학의 역사적, 서사적 사유와 과학 기술의 비역사적, 보편적 사유를 비교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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