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
장영란 저, 사계절, 2021년 10월 12일 출간
책소개
고대 그리스의 최고(最古) 서사시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가 분노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 분노의 방향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 어떻게 끝나는지를 따라가며 트로이 전쟁의 양상을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 낸다.
총 24권 15693행으로 이루어진 이 웅장한 서사시에서 호메로스는 운명, 시련, 고통, 오만, 미망, 사랑, 우정, 용기, 죽음, 영혼 등의 주제를 다루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이해력을 보여 준다. 이제 『일리아스』의 주요 내용과 핵심 문제를 12장으로 정리하여 한 권에 모두 담은 이 책을 통해 인생이라는 전투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 영웅이 될 길을 찾아가 보자.
총 24권 15693행으로 이루어진 이 웅장한 서사시에서 호메로스는 운명, 시련, 고통, 오만, 미망, 사랑, 우정, 용기, 죽음, 영혼 등의 주제를 다루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이해력을 보여 준다. 이제 『일리아스』의 주요 내용과 핵심 문제를 12장으로 정리하여 한 권에 모두 담은 이 책을 통해 인생이라는 전투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 영웅이 될 길을 찾아가 보자.
목차
저자 및 역자소개
장영란
(지은이)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서구 정신의 근원과 원형을 담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
그리스 고전 연구자 장영란의 친절한 번역과 풍부한 해설
고전을 새롭게 번역하고 알기 쉽게 풀어 쓴 사계절의 주니어클래식 열여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서양 고전 목록의 첫머리에 오르내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한 번쯤 들어 보았거나 완독하려 시도했지만 서사시라는 비교적 낯선 형식과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문학 기법,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선뜻 읽어 낼 수 없던 책이다.
‘일리아스(Ilias)’라는 제목은 ‘일리온(Ilion)의 노래’를 뜻하며, 일리온은 현대인이 흔히 일컫는 트로이를 가리키는 옛 이름이다. 즉, 트로이의 노래를 뜻한다.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1200년경에서 기원전 약 750년까지 문자가 사라진 암흑시대를 겪었는데, 이 시기 음유 시인들은 오직 기억에 의존해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 읊었다. 『일리아스』는 구전되어 온 서사시를 고대 그리스어로 기록한 첫 번째 작품으로, 약 10년 동안 벌어진 트로이 전쟁 기간 중 막바지 9년째 어느 날에서 출발하여 50일간의 사건을 다룬다.
이 책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는 그리스 비극과 신화 및 철학사에 천착해 온 장영란 교수가 『일리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강독해 나가며 이해에 밑바탕이 되는 그리스 역사·문화·예술·철학적 배경 지식을 곁들인 해설서이다. 엄청난 규모의 참고 서적과 논문의 목록만 훑어보더라도 저자가 얼마큼 치밀하고 적확하게 『일리아스』를 전달하려 했는지 가늠하게 된다. 그의 정성 어린 해석을 통해 독자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등장인물의 비슷비슷한 이름을 분별하는 일을 넘어,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보며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져드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온갖 살아 있는 감정의 배움터
트로이 전쟁은 인간의 전쟁이자 신의 전쟁이었다. 영웅과 신이라면 흠결 없이 위대한 존재이리라 생각하지만 『일리아스』 속 주인공들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닮아 불완전하다.
자신의 전리품인 크뤼세이스를 돌려주어야 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가는 아가멤논, 아킬레우스를 대역하며 트로이군을 공격하다 오만에 빠져 죽임을 당하는 파트로클로스, 사랑하는 파트로클로스가 시신으로 돌아오자 죽을 듯이 애통해하고는 헥토르를 죽여 복수하고 트로이 소년 열두 명을 산 채로 희생시키는 아킬레우스, 메넬라오스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친 자신을 향해 차라리 명예롭게 죽지 그랬느냐며 질책하는 헬레네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파리스, 전투에서 수세에 몰려 홀로 고립되자 도망칠까 번민하는 오뒷세우스,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자’에 아프로디테를 뽑자 그리스군 편을 드는 헤라와 아테나, 최고 신이지만 자신의 인간 아들 사르페돈을 죽게 놔둘 수밖에 없는 제우스 등등.
영웅과 신은 고유한 탁월성을 지녔지만 자신의 감정에 결코 초연하지 못하다. 때로 지질하고 유치하며, 때로 지나칠 정도로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그들은 애틋함, 우정, 비겁함, 시기, 고통, 두려움 등 인간이 살며 경험하는 온갖 보편적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채롭게 표출한다. 이것이 『일리아스』가 몇천 년이 흘러도 숱한 사상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서구 정신의 원형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다.
신은 행과 불행을 둘 다 주신다
필멸할 인간이여, 그대는 그대 자신의 운명을 살라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그리스인은 늘 신과 함께했다. 그들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을 전환시키는 결정적 순간을 신에게 양보했다. 신은 각기 특정한 기능을 지녔고, 인간은 어떠한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관장하는 신에게 원인을 돌렸다. 사랑은 아프로디테, 불화는 에리스, 결혼은 헤라, 출산은 아르테미스, 질병은 아폴론에게 원인을 묻는 방식이다.
『일리아스』 속 신들은 인간이 피를 흘리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기며 관전하기도 하고, 각기 응원하는 군이 패색이 짙을 때는 몰래 참전해 돕기도 한다.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 정해졌다면, 인간은 무력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필멸할 운명을 받아들인 인간이 자신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려 분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일리아스』의 묘미는 거친 전쟁 장면보다 결국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지켜보는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에서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울분을 토했던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찾아와 무릎을 꿇는다. 아들을 죽인 원수이지만, 제발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습에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에게 살해당한 파트로클로스를 떠올리며 함께 울고, 애도하고, 식사를 권한다. 일종의 장엄함마저 감도는 이 장면에서 아킬레우스는 말한다. “제우스의 궁전 마루 밑에 두 개의 커다란 항아리가 있어요. / 하나는 나쁜 선물로, 다른 하나는 좋은 선물로 채워져 있어요. / 천둥을 치는 제우스께서 둘을 섞어서 주는 사람은 누구나 / 때로는 곤경을 때로는 좋은 운을 마주치기도 하지요.”(386쪽) 아킬레우스의 이 말은 인간의 삶은 항상 즐겁거나 괴롭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오만해질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시정해 나가면 불운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헥토르가 안드로마케에게 한 작별 인사가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도 나를 하데스에게 보내지 못할 것이오, 운명이 아니라면. / 그런데 내 생각엔 운명이란 악인이든 훌륭한 사람이든 / 일단 태어났다면 인간들 중 누구도 피하지 못하오. / 그러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베를 짜든 실을 잣든 / 그대 자신의 일을 하고, 그대의 하인들이 그들의 일을 하도록 / 명하시오.”(150쪽) 일단 태어났다면, 그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이 단순하고도 명징한 문장이 인간의 비극과 숙명, 삶과 죽음, 행과 불행을 노래하는 『일리아스』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통찰은 아닐까.
서구 정신의 근원과 원형을 담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
그리스 고전 연구자 장영란의 친절한 번역과 풍부한 해설
고전을 새롭게 번역하고 알기 쉽게 풀어 쓴 사계절의 주니어클래식 열여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서양 고전 목록의 첫머리에 오르내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한 번쯤 들어 보았거나 완독하려 시도했지만 서사시라는 비교적 낯선 형식과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문학 기법,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선뜻 읽어 낼 수 없던 책이다.
‘일리아스(Ilias)’라는 제목은 ‘일리온(Ilion)의 노래’를 뜻하며, 일리온은 현대인이 흔히 일컫는 트로이를 가리키는 옛 이름이다. 즉, 트로이의 노래를 뜻한다.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1200년경에서 기원전 약 750년까지 문자가 사라진 암흑시대를 겪었는데, 이 시기 음유 시인들은 오직 기억에 의존해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 읊었다. 『일리아스』는 구전되어 온 서사시를 고대 그리스어로 기록한 첫 번째 작품으로, 약 10년 동안 벌어진 트로이 전쟁 기간 중 막바지 9년째 어느 날에서 출발하여 50일간의 사건을 다룬다.
이 책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는 그리스 비극과 신화 및 철학사에 천착해 온 장영란 교수가 『일리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강독해 나가며 이해에 밑바탕이 되는 그리스 역사·문화·예술·철학적 배경 지식을 곁들인 해설서이다. 엄청난 규모의 참고 서적과 논문의 목록만 훑어보더라도 저자가 얼마큼 치밀하고 적확하게 『일리아스』를 전달하려 했는지 가늠하게 된다. 그의 정성 어린 해석을 통해 독자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등장인물의 비슷비슷한 이름을 분별하는 일을 넘어,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보며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져드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온갖 살아 있는 감정의 배움터
트로이 전쟁은 인간의 전쟁이자 신의 전쟁이었다. 영웅과 신이라면 흠결 없이 위대한 존재이리라 생각하지만 『일리아스』 속 주인공들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닮아 불완전하다.
자신의 전리품인 크뤼세이스를 돌려주어야 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가는 아가멤논, 아킬레우스를 대역하며 트로이군을 공격하다 오만에 빠져 죽임을 당하는 파트로클로스, 사랑하는 파트로클로스가 시신으로 돌아오자 죽을 듯이 애통해하고는 헥토르를 죽여 복수하고 트로이 소년 열두 명을 산 채로 희생시키는 아킬레우스, 메넬라오스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친 자신을 향해 차라리 명예롭게 죽지 그랬느냐며 질책하는 헬레네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파리스, 전투에서 수세에 몰려 홀로 고립되자 도망칠까 번민하는 오뒷세우스,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자’에 아프로디테를 뽑자 그리스군 편을 드는 헤라와 아테나, 최고 신이지만 자신의 인간 아들 사르페돈을 죽게 놔둘 수밖에 없는 제우스 등등.
영웅과 신은 고유한 탁월성을 지녔지만 자신의 감정에 결코 초연하지 못하다. 때로 지질하고 유치하며, 때로 지나칠 정도로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그들은 애틋함, 우정, 비겁함, 시기, 고통, 두려움 등 인간이 살며 경험하는 온갖 보편적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채롭게 표출한다. 이것이 『일리아스』가 몇천 년이 흘러도 숱한 사상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서구 정신의 원형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다.
신은 행과 불행을 둘 다 주신다
필멸할 인간이여, 그대는 그대 자신의 운명을 살라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그리스인은 늘 신과 함께했다. 그들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을 전환시키는 결정적 순간을 신에게 양보했다. 신은 각기 특정한 기능을 지녔고, 인간은 어떠한 영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관장하는 신에게 원인을 돌렸다. 사랑은 아프로디테, 불화는 에리스, 결혼은 헤라, 출산은 아르테미스, 질병은 아폴론에게 원인을 묻는 방식이다.
『일리아스』 속 신들은 인간이 피를 흘리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기며 관전하기도 하고, 각기 응원하는 군이 패색이 짙을 때는 몰래 참전해 돕기도 한다.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 정해졌다면, 인간은 무력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필멸할 운명을 받아들인 인간이 자신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려 분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일리아스』의 묘미는 거친 전쟁 장면보다 결국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지켜보는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에서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울분을 토했던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찾아와 무릎을 꿇는다. 아들을 죽인 원수이지만, 제발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습에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에게 살해당한 파트로클로스를 떠올리며 함께 울고, 애도하고, 식사를 권한다. 일종의 장엄함마저 감도는 이 장면에서 아킬레우스는 말한다. “제우스의 궁전 마루 밑에 두 개의 커다란 항아리가 있어요. / 하나는 나쁜 선물로, 다른 하나는 좋은 선물로 채워져 있어요. / 천둥을 치는 제우스께서 둘을 섞어서 주는 사람은 누구나 / 때로는 곤경을 때로는 좋은 운을 마주치기도 하지요.”(386쪽) 아킬레우스의 이 말은 인간의 삶은 항상 즐겁거나 괴롭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오만해질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시정해 나가면 불운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헥토르가 안드로마케에게 한 작별 인사가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도 나를 하데스에게 보내지 못할 것이오, 운명이 아니라면. / 그런데 내 생각엔 운명이란 악인이든 훌륭한 사람이든 / 일단 태어났다면 인간들 중 누구도 피하지 못하오. / 그러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베를 짜든 실을 잣든 / 그대 자신의 일을 하고, 그대의 하인들이 그들의 일을 하도록 / 명하시오.”(150쪽) 일단 태어났다면, 그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이 단순하고도 명징한 문장이 인간의 비극과 숙명, 삶과 죽음, 행과 불행을 노래하는 『일리아스』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통찰은 아닐까.